매크로 다이얼로그
전략 · 반도체 · 하반기 시장
전략가와의 대담

재정이 끌고,
빅테크가 민다

전통적인 매크로 분석이 먹히지 않는 장세. 한 전략가가 반도체 쏠림의 진짜 엔진과 7·8월의 변곡점을 해부했다.

정리 — 편집부 · 일러스트 도식 4점 수록

먼저 큰 그림부터 여쭙겠습니다. 반도체가 이렇게 한쪽으로 쏠리는데, 왜 전통적인 매크로 분석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까?

솔직히 전통 매크로로는 잘 맞지 않습니다. 원래 민간 주도 경기 흐름은 고용·소비·재고 순환이 핵심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수요의 주도권이 민간이 아니라 정부(재정)에 있습니다. 정부가 신성장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그게 빅테크의 투자와 결합되면서 ‘공급(설비투자) 관점의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재고 순환 사이클 같은 전통 지표는 사실상 무의미한 분석이 됐습니다. 그것보다 더 위에 있는 ‘투자 중심 수요’가 장세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쉬운 풀이 — 왜 ‘재고순환’이 안 통하나

보통 경기는 ‘기업이 물건 쌓아두다(재고↑) → 안 팔리면 생산 줄이고(불황) → 재고 떨어지면 다시 만든다(회복)’는 순환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지금 돈을 쓰는 주체는 ‘물건 팔아 돈 버는 민간’이 아니라 ‘AI 인프라에 돈을 붓는 정부+빅테크’예요.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투자를 계속하니, 재고 사이클로 경기를 읽으려 하면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3월 이후로 쏠림이 훨씬 더 심해졌습니다.

연초의 내러티브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만 해도 ‘AI 같은 신경제의 성장이 전통경제로 낙수(落水)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강력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빅테크보다 오히려 경기민감주(러셀 지수)가 더 강했죠.

그런데 3월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터지면서 이 기대가 단절됐습니다. 유가와 금리가 오르면 누가 더 타격을 받느냐 — 고용·소비에 기댄 전통경제의 민감도가 신경제보다 훨씬 높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구매력이 약해지고, 금리가 오르면 전통산업 투자가 위축되니까요.

여기에 5월부터는 금리 인하 기대까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전방위로 번지자 중앙은행들의 시각이 바뀐 거죠. 그러면서 중소형 성장주마저 힘이 빠졌습니다. 결국 남은 건 AI 설비투자(CapEx) 관련 산업뿐이었고, 그래서 성장 쏠림에 수급 쏠림까지 겹친 겁니다.

그렇다면 이 재정주도 투자는 왜 안 무너집니까?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요.

핵심은 금리의 ‘레벨’이 아니라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게 유지되느냐’입니다. 국가가 빚을 계속 낼 수 있는 조건은, 벌어들이는 소득(=성장)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예요. 미국 명목성장률이 평균 5~6%니까, 성장률이 이자 비용을 계속 웃돌면 국채 투자자들은 재정 노이즈를 이유로 발을 빼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봐야 할 금리는 장기금리가 아니라 단기금리(T-Bill)입니다. 정부는 단기채를 발행할지 장기채를 발행할지 고를 수 있는데, 지금처럼 단기금리가 낮으면 최대한 싸게 빌리려고 단기채를 많이 찍습니다. 실제로 주요국 신규 부채의 평균 만기가 짧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실제로 부담하는 평균 이자비용은 장기금리보다 낮게 유지됩니다.

결론적으로, 재정 신뢰가 흔들리려면 이 단기금리가 5%를 넘어 고착화돼야 합니다. 지금은 아무도 그런 그림을 그리지 않기 때문에 재정 노이즈는 부각되지 않고, 재정이 끌어주는 투자가 계속되는 거죠.

쉬운 풀이 — 전략가가 말한 ‘단기금리’

흔히 ‘나라 빚 위기’ 하면 10년물(장기금리)을 봅니다. 그런데 전략가의 포인트는 반대예요. 정부는 비싼 장기 대신 값싼 단기채(T-Bill)로 돈을 빌리고 있어서, 실제 이자 부담은 생각보다 낮다는 겁니다. 따라서 진짜 경보음은 “장기금리가 올랐다”가 아니라 “단기금리가 5%로 굳어졌다”일 때 울립니다. 지금은 거기서 한참 멉니다.

◆ ◆ ◆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차트가 있다고요.

유가가 10% 올랐을 때, 그게 시차를 두고 ‘에너지 물가 → 전체 물가 → 성장’으로 어떻게 번지는지를 보는 그림입니다. 단기 매크로의 핵심이 여기 다 들어 있어요. 시점을 3구간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FIG. 1

유가 충격의 3단계 전염 — 그리고 ‘성장주의 시간’

0 T +1Q +2Q +3Q +4Q ① 에너지만 ↑ ② 물가↑·성장 멀쩡 ③ 성장둔화·물가 횡보 유가가 위험자산 좌우 긴축 경계 · 성장주 최악 유동성 완화 · 성장주 매기 3~4월 5월~7월 중순 7월 중순 이후 에너지 물가 전체(헤드라인) 물가 성장(↓ = 둔화)
① 초기 2~3개월은 에너지 가격만 튀고 전체물가·성장은 잠잠하다 → 시장은 “유가만 잡히면 펀더멘털은 그대로”라고 안심한다. ② 5월부터 에너지는 정점을 지나 내려오지만 전체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고, 성장은 거의 안 깨진다 → 중앙은행이 ‘물가’에 집중, 긴축 경계가 커지는 구간. ③ 7월 중순부터 물가는 옆으로 기고 성장 둔화가 나타난다 → 중앙은행 초점이 ‘성장’으로 옮겨가며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

②번 구간이 성장주에게 가장 잔인합니다. 금리는 오르는데 성장은 안 깨지니, 실적 기대치는 멀쩡한데 할인율 부담만 커집니다. 그러면 밸류에이션이 확장은커녕 오히려 축소되죠. 밸류에이션 민감도가 높은 자산일수록 이 구간에서 가장 두들겨 맞습니다. 대략 5월·6월·7월 중순까지로 봅니다.

반대로 ③번으로 넘어가면 성장 둔화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둔화는 대부분 내수 소비 쪽입니다. 투자(재정과 결합된 흐름)는 매크로와 무관하게 굴러가니, 기업 실적이 같이 무너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물가 압력이 옆으로 기면서 중앙은행 유동성 경계가 풀리고, 성장주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구간입니다.

금리는 오르는데 성장은 안 깨진다 — 성장주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구간이죠.

2000년 닷컴버블과 비교가 많습니다.

스타일(성장 쏠림)은 비슷한데, 자본 조달 구조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2000년, 2008년, 2020년 같은 위기 직전을 보면 항상 ‘투자 규모 대비 외부 자금 조달’이 급증했어요. 빚을 잔뜩 끌어다 투자했다는 뜻이죠.

그런데 지금은 외부 조달이 매우 작습니다. 역설적으로 보면, 아직 레버리지를 안 썼기 때문에 앞으로 쓸 여지가 남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부터 외부 자금 조달과 함께 레버리지 확장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CapEx 투자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매크로 측면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 유레카 — AI 인프라 보유자에게

“레버리지를 아직 안 썼다 =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

닷컴 때는 빚으로 과열을 만들고 터졌습니다. 지금은 그 빚을 아직 쓰지도 않았어요. 즉, 캡엑스 연료가 바닥난 게 아니라 아직 탱크에 채우지도 않은 상태라는 뜻. 4Q~내년 1Q 레버리지 확장이 다음 연료가 됩니다 — AI 인프라 스택(GPU→전력→네트워크→스토리지) 보유 논리를 강화하는 대목.

그럼 이 K자형 경제의 ‘하단’은 언제 무너집니까?

소비 지표로 확인하려 하면 너무 느립니다. 지금 소비가 버티는 건 ‘자산 효과’ 덕분이에요. 주요국 상위 10%가 자산의 70% 가까이를 쥐고 있고, 중산층 이하는 10%도 못 가집니다. 그러니 중산층 붕괴 징후는 소비가 아니라 그들의 소득 근간, 즉 고용에서 봐야 합니다.

직관적인 지표가 샴의 법칙 기반 실업률 모멘텀인데, 지금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작년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 효과 덕분이죠. 하반기 들어 유럽·일본은 인상 한두 차례, 한국도 두 번 정도를 봅니다. 다만 그게 고용 훼손으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내년은 가야 해요.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K자 하단 붕괴 리스크가 당장 발현되지 않습니다.

FIG. 2

‘K자’ — 재정이 흐르는 길만 강세다

유동성 · 정책 상단 — 재정·AI 수혜 반도체 · 빅테크 · 데이터센터 하단 — 소외 내수 · 중산층 · 경기민감주
재정이 흘러가는 길 자체가 쏠려 있어, 수혜 자산은 강세·소외 자산은 둔화하는 K자형이 굳어진다. 하단 붕괴는 ‘소비’가 아니라 ‘고용(실업률)’으로 확인해야 하며, 그 신호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가까운 그림.
쉬운 풀이 — 샴의 법칙(Sahm Rule)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직전 1년 최저치보다 0.5%p 이상 오르면 5~6개월 시차를 두고 어김없이 침체가 왔다”는 경험칙입니다. 일종의 경기침체 화재경보기죠. 지금은 그 경보가 울리지 않고 있고, 작년 금리 인하 약발이 남아 올 하반기까지는 잠잠할 거라는 게 전략가의 판단입니다.

◆ ◆ ◆

환율은 어떻게 보십니까? 주식은 좋은데 원·달러가 1,500원입니다.

하반기에 일시적으로 1,350원을 밑돌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중장기 통화가치는 결국 ‘그 시대의 성장 산업 주도력’이 좌우합니다. 지금은 AI죠. 그래서 미국이 가장 강하고, 그다음이 중국(위안화가 의외로 잘 버팁니다).

한국은 작년까지 IT 점유율이 계속 빠져서, 솔직히 저는 ‘조만간 1,600원’을 말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AI가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반도체)도 수혜라는 것 — 이걸 최근에야 받아들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아직 모든 투자자가 동의하진 않습니다. 동의했다면 환율이 벌써 빠졌겠죠. 대다수는 반도체 수요를 ‘일시적 변곡’으로 봅니다.

그래서 저는 직관적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를 PER로 평가하기 시작하는 구간(이른바 ‘PER 10배 보내자’)이 오면 그만큼 환율이 빠질 거라고 봅니다.

외국인은 계속 한국 주식을 파는데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펀드 내 한국 비중을 기계적으로 조절하는 리밸런싱 수요. 다른 하나는 매크로 자산배분 펀드인데 — 한국은 지정학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나라예요. 에너지를 수입하고, 특히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으니까요. 중동 사태가 계속되면 기계적으로 한국 비중을 덜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호르무즈 관련 해소가 6~7월 중 나온다면, 이런 지정학 충격은 보통 환율 시장에 3~4개월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6~7월 사이에 이 자금 이동은 마무리될 겁니다. 그다음은 펀더멘털인데 — 경상수지 흑자가 작년 1,300억 달러에서 올해 3,500억, 내년 3,700억 달러로 폭증합니다. 기업들은 추세를 확인하기 전엔 선제적으로 안 움직여요. 환율 하락이 확인되면 그제야 달러 매도(네고)가 쏟아지고, 수급 힘만으로도 1,300원 중반까지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FIG. 3

경상수지 흑자 폭증 — 환율 하방의 연료

1,300 작년 3,500 올해 3,700 내년(E) 단위: 억 달러 · 경상수지 흑자
작년 흑자(1,300억 달러)는 해외직접투자·증권 유출 등으로 순유출 0에 가까웠다. 올해 흑자가 약 2.7배로 불어나면, 기업의 달러 매도(네고)가 본격화될 때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하이닉스를 PER로 평가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환율이 빠집니다.— 환율 하락의 진짜 트리거에 대하여

환율이 빠지면 수출주는 부담 아닙니까?

맞습니다. 지금 좋은 건 죄다 수출주죠. 그래서 환율이 떨어지면 은행 같은 환율 하락 수혜주를 하반기에 고민해야 합니다. 종합하면 7·8월 이후 시장 스타일이 한 번 바뀔 여지가 큽니다 — 성장주로의 낙수도 기대할 수 있고, 환율도 떨어지는 구간이니까요.

물론 절대적으로 보면 AI 수혜주의 목표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다만 반도체가 7·8월을 기점으로 옆으로 기는 동안 나머지가 따라 올라오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가 빠지진 않아요 — 빠질 이유가 없으니까. 반도체가 버텨주면 다른 것도 같이 올라오고, 그러면 액티브 매니저도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로 정리해 주신다면요.

6월 FOMC만 잘 소화하면 됩니다. 한국 금통위가 매파로 급변한 건, 물가뿐 아니라 ‘반도체발 성장 확대’까지 거론하며 금리 인상 기준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에요. 시장은 지금 ‘성장 수요’만 가격에 반영해 놨지, ‘할인율 부담’은 구조적으로 안 넣어놨습니다.

그 부분을 한 번만 더 반영하면 매크로 충격은 다 흡수됩니다. 직관적으로 미 국채 10년물이 4.8%까지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거기에 닿으면 프라이싱이 거의 끝난 거예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4.8%까지 오르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10년물이 4.8%까지 오르면 그때부터 정말 공격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대담을 마치며

에필로그 · 대담을 마치며

“쉽게 말하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대담 말미, 그는 ‘매크로를 쉽게 설명하는 일’의 고충을 털어놨다. “기관 투자자까지는 통하는데, 리테일은 또 다르다”는 것. 재정·성장률·금리 이야기를 꺼내면 눈빛이 흔들린다고. 그래서 개인 투자자에게는 결국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고 했다.

“7·8월까지는 반도체, 그 이후엔 반도체 밖 성장주(소부장·2차전지·바이오 등)로 갈아타라 — 그 정도면 충분하죠.”

매크로는 그 자체로 어렵지만, 정작 사람들은 반도체를 더 쉽게 여긴다. “가격 오르니까 사야죠” 하는 식으로. 빠질 때를 묻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담백했다. “앞일은 다 모릅니다. 그냥 그때그때 열심히 살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