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닫혀 있다. 그런데도 유가는 100달러 아래에 머물러 있다. 왜일까? 그리고 이 고요함은 언제 깨질까? 전직 골드만삭스 상품 리서치 총괄이었던 제프리 커리는 그 답을 "재고와 계절성이라는 두 개의 진통제"에서 찾는다. 문제는, 두 진통제가 곧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3줄 요약
- 호르무즈發 하루 1,000만 배럴 공급 차질을, 절반은 재고 인출(SPR·쿠싱)로, 절반은 봄철 계절적 수요 감소로 메워 왔다 — 그래서 유가가 아직 안 터졌다.
- 두 버팀목이 7~9월에 동시에 역전된다. 계절 수요는 피크로 치솟고 쿠싱 재고는 제로에 근접 → WTI 숏스퀴즈·수출 셧다운이 트리거.
- 진짜 충격은 원유가 아니라 채권. 고유가→기대인플레→고금리가 60조 달러 증시를 친다. 결론은 자본의 대순환(Rotation): 테크→하드 자산(에너지·금속·금).
1시장이 버텨온 진짜 이유
앞으로의 그림은 솔직히 암울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지금까지 잘 버텨온 이유부터 짚는 게 순서예요. 가장 큰 건 지금 전 세계가 하루 약 500만 배럴씩 재고를 꺼내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략비축유(SPR)에서 250만, 원유에서 100만, 석유 제품에서 150만. 이게 공급 충격의 딱 절반을 흡수하고 있어요.
나머지 절반은 '계절성'입니다. 석유 수요는 2월에 정점을 찍고 5월에 바닥을 칩니다. 그 차이가 하루 300만 배럴이에요. 전체 충격을 IEA 기준 하루 1,000만 배럴이라고 치면, 절반은 재고로, 절반은 봄철 수요 감소로 메워온 겁니다.
그런데 이 계절성이 이제부터 정반대로 뒤집힙니다. 재고는 바닥나 가는데 여름 드라이빙 수요와 냉방 수요가 가파르게 올라와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이 진짜 고통을 실감할 시기입니다.
핵심은 가격이 잠잠한 게 '괜찮아서'가 아니라 일회성 카드를 태우는 중이라는 것. 재고 인출과 계절성은 둘 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변수다. 따라서 트레이드의 본질은 방향이 아니라 타이밍 — "두 버팀목이 빠지는 7~8월 캘린더 스프레드"가 가장 비대칭적인 구간. 호르무즈 LNG·탱커·석탄 포지션의 시간축을 이 창구에 맞추는 게 합리적.
2쿠싱이 마르는 날
SPR도 위험하죠. 1970년대에 지은 소금 동굴이라 너무 비우면 벽이 무너질 수 있어요. 바이든이 3억 8,700만 배럴까지 낮췄을 때 이미 압박이 시작됐고, 지난주엔 3억 5,700만까지 내려갔습니다. 한 번도 다 비워본 적이 없으니 우린 지금 미지의 영역에 있어요.
하지만 진짜 트리거를 꼽으라면 오클라호마 쿠싱(Cushing)의 재고가 제로에 닿는 순간입니다. 쿠싱은 WTI 가격이 결정되는 미국 탱크 허브의 심장이에요. 전쟁 이후 미국이 하루 200만 배럴을 추가로 수출해 세계가 버텼는데, 이건 생산이 아니라 전부 '재고'에서 나온 겁니다.
쿠싱이 마르면 WTI가 폭등하고, 차익거래(ARB) 통로가 막히면서 전 세계 수출이 셧다운됩니다. 6월 21~22일이 WTI 만기일인데, 누가 실물 인수에 나서면 2020년 마이너스 유가의 정반대 — 숏스퀴즈 폭등이 날 수 있어요. 몇 주 안의 일입니다.
'미국은 에너지 강국'이라는 말의 함정. 미국은 원유를 하루 1,350만 배럴 만드는데 정제소는 1,700만 배럴을 돌린다. 차이는 NGL(천연가스 액체)로 메우는데 이건 에너지 밀도가 낮은 '가짜 연료' — 차에 못 넣고 플라스틱·프로판으로나 쓴다. 진짜 휘발유 원료(블랙 오일) 기준으로 미국은 부족(shortage) 상태. 그래서 수출 물량을 대려고 재고를 미친 듯이 갉아먹는 것. "남아서 파는 게 아니라, 비축분을 태워서 파는 중."
3풍요의 착각, 카터의 경고
1977년 2월, 지미 카터가 스웨터를 입고 TV에 나와 말했어요. "에너지 위기는 심각하고, 우리는 실제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다." 두 달 뒤 그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듭니다. 목적은 환경이 아니라 안보였어요 — 외세가 우리 연료를 통제하지 못하게. 전기 기반으로 옮기면 석유·가스·원전·태양광 어디서든 돌릴 '선택지(Optionality)'가 생기니까.
그런데 정치권이 배운 교훈은 정반대였습니다. "대중에게 절대 공급 제약을 솔직히 말하지 말라." 카터는 그 솔직함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거든요. 이후 클린턴부터 바이든까지 모든 행정부가 똑같이 했어요 — 말로 가격 누르고(jawboning), 문제 생기면 비축유 풀고, 절대 '물리적 한계'는 입에 안 담는 풍요의 착각(Abundance Illusion).
아이러니의 끝은 이겁니다. 카터가 경고했을 때 서방은 '그린 vs 브라운' 이념 전쟁만 30년 했어요. 그동안 중국은? 묵묵히 전력 인프라를 깔았습니다. 환경이 아니라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한 안보로요.
4진짜 무기는 채권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요. 유가 130달러면 가스 수출 이득이 미국 경제에 약 800억 달러. 30조 달러 경제에서 800억은 반올림 오차 수준입니다.
진짜 충격은 따로 있어요. 고유가 → 기대인플레 자극 → 금리 인상 → 60조 달러 증시 타격. 800억 벌자고 60조 판을 깰 이유가 없죠. 미국은 현금흐름 기준으론 에너지 자급이 되지만, '부(Wealth)' 기준으론 철저히 에너지 쇼트예요. S&P 500에서 에너지 비중은 3%, 나머지 53%는 고유가에 취약한 업종입니다. 이 주식들은 결국 '금리에 쇼트'예요.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대니까요 — 글로벌 공급 희소성(Scarcity)과 글로벌 화폐 화락(Debasement). 금·은처럼 달러 대비 재평가될 실물을 쥐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론 금에 약세 뷰예요(금리 상승 반사). 하지만 장기적으론 무조건 보유. 금값이 두 배 뛰면 중앙은행 보유고에서 금 비중이 27~28%에서 50~60%로 올라, 세계는 사실상 'de facto 금본위제'로 돌아갑니다.
5중국이라는 진짜 스윙 프로듀서
시장이 중국 취약성을 심하게 과대평가하고 있어요. 미국이 비축유를 태우는 동안 중국은 약 14억 배럴을 쌓아뒀고, 제품 수출은 통제하면서 자기 비축유는 손도 안 댑니다. 도로 위 수요는 전기차로 대체했고요.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EV 충전 전력 수요가 전년比 56% 폭증했어요. 필요하면 연 5,000만 대 EV도 찍어낼 능력이 있습니다.
중국 수입량이 하루 680만 배럴로 줄어 "경제가 망가졌다"는 호들갑은 데이터 오독입니다. 비축유 축적이 끝나면 수입이 200~300만 줄어드는 건 당연해요. 실질 하한선은 하루 800~900만 배럴. 지금 진짜 카르텔의 스윙 프로듀서는 OPEC이 아니라, 하루 200만 배럴 수요 플렉스를 쥔 중국입니다.
"중국 원유 수입 감소 = 경제 둔화"는 역(逆) 시그널일 수 있다. 비축유 축적이 끝나고 EV가 도로 수요를 갉아먹은 구조적 결과지, 수요 붕괴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200만 b/d의 '재고+EV+제품수출' 버퍼로 글로벌 유가의 실질 조절판을 쥐고 있다. 유가 트레이드의 진짜 카운터파티는 사우디가 아니라 베이징.
6록펠러는 자동차 공장을 짓지 않았다
제가 아는 확실한 메트릭 하나 —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이 사실상 제로라는 것. 왜? 록펠러를 보세요. 정유·공급망은 다 장악했지만 자동차 공장은 절대 안 지었어요. 디트로이트로 들어가는 순간 무한 경쟁에 가격 결정력을 잃을 걸 알았으니까. 그의 목적은 그냥 도로에 차가 많이 굴러다니며 자기 석유를 태우는 것뿐이었죠.
버핏도 항공산업을 두고 "자본주의에 마르크스보다 해롭다"고 했어요. 막대한 인프라, 심한 경쟁, 돈은 못 버는 사업. 지금 실리콘밸리 데이터센터가 정확히 그 '자동차 공장'입니다. 원자(atoms)와 에너지 분자를 무한 투입해야 하는 물리적 인프라인데, 빅테크끼리 과잉 경쟁으로 가격 결정력이 없어요. 2014년 셰일 붐 때 석유사들이 저지른 자본 과잉투자를 똑같이 반복 중입니다.
재생에너지·원전의 핵심은 인프라가 완성되면 발전 한계비용이 0으로 수렴한다는 점이에요. 값싼 전력을 쥔 나라만 AI 데이터센터를 무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기반 없는 미국 AI가 어떻게 이 레이스에서 이긴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7개미와 베짱이
이건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와 똑같아요. 서방(베짱이)은 여름날 음악 틀고 파티 중. 중국·브릭스(개미)는 땀 흘려 실물 자산과 전력 인프라를 쌓았죠. 겨울이 오면 베짱이가 문을 두드리며 "원자재 좀, 에너지 좀" 하겠지만 개미는 "아니"라며 문을 닫을 겁니다.
이건 본질적으로 BRICS vs G7의 전쟁이에요. 브릭스+인도면 쌀(식량)을 쥐고, 원자(광물)와 분자(에너지)를 다 장악합니다. 대만까지 가면 칩(반도체)도요. 서방이 정제 역량을 잃은 건 'NIMBY' — 더러운 공장 싫다고 다 중국에 넘긴 결과입니다. 인프라는 환경이 아니라 안보의 잣대로 봤어야 했어요.
8대순환 (The Rotation)
최고 수준의 한 트레이더가 이러더군요. "제프, 네 하드 자산 논리는 장기적으로 100% 맞아. 근데 난 지금 출구 바로 옆에서 춤추는 중(Dancing by the door)이야. 파티 도는 동안엔 주식이 오르니까 일단 벌어야지." 거품이 꺼지기 직전까지 단물 빨고 도망치겠다는 거예요.
파티가 끝나는 모습은 파멸적 붕괴가 아니라 거대한 대순환(Rotation)입니다. 자고 일어나니 인플레와 공급 차질이 현실이 돼 있고, 자본이 테크를 던지고 핵심 광물·원유·원자재로 급격히 옮겨 심는 대이동이죠. 2014년엔 '록스타가 결혼식 축가 가수로 전락'이란 말이 돌았어요 — 다들 석유만 원하고 MS는 거저 줘도 안 가졌죠. 15년 뒤엔 정확히 반대가 됩니다. 이런 대순환기야말로 역사상 가장 거대한 트레이딩 기회였어요.
커리가 던지는 가장 실용적인 칼: 하드 자산은 폭락해도 실물 가치·희소성이라는 뼈대가 남아 되살아난다. 반면 가격 결정력 없는 부실 테크·스타트업은 파티가 끝나면 0으로 수렴해 영원히 사라진다. (비트코인은 상품 성격, 잡코인은 주식 성격.) "하방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느냐"가 Rotation 트레이드의 진짜 선별 기준.
9패권 이후 — 다극화와 RWA
미국의 혁신 복원력은 무시 못 합니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결국 판을 다시 짤 거예요. 다만 이 '패권 체제(Hegemony)' 자체는 지속 불가능한 균형에 도달했어요. 제로금리가 20년간 가려온 구조적 모순을, 금리 인상이 단번에 폭로한 겁니다. 미국은 더 이상 전 세계의 무상 해군 경비대 역할을 혼자 감당할 재정 여력이 없어요.
흥미로운 통찰 하나 — 1820년(나폴레옹 격파)부터 2020년까지 200년은 영국·미국이라는 단일 패권국이 통화와 바다를 독점한 '특이한 시대'였어요. 그 이전엔? 스페인 제국,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처럼 각자 상선에 사설 용병단을 태우고 자기 물건을 지키며 무역했고, 결제는 지폐가 아니라 금·은과 가치 증표로 했죠.
미래의 글로벌 무역은 이 구조의 현대판일 수 있어요. 실물 자산이 블록체인에 박힌 RWA(실물자산 토큰화) 토큰으로 결제되고, 신뢰 못 할 피아트 대신 이 네트워크 레일을 타고 국경을 넘는 겁니다. 무상 안보 우산이 사라진 바다에서, 각자의 유조선에 드론 용병단을 태운 채 RWA로 원유와 광물을 결제하는 다극화된 세계요.
10OPEC의 와해
경제학적으로 명확해요.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없는 카르텔은 독점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지금 OPEC엔 글로벌 수요 폭발을 통제할 잉여 능력이 전무하고, 상당 기간 회복도 불가능해요. 핵심 공급국(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이 호르무즈 폐쇄로 이탈한 상황에서 OPEC은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동맹 지도가 실시간으로 찢기고 있어요. 파키스탄이 중국 묵인 하에 무기를 이란으로 밀수출한다는 걸 UAE가 파악하고 금융 지원을 전면 단절했죠. 사우디·파키스탄 경호 동맹의 축도 흔들립니다. 우리 보고서 제목이 '새로운 마셜 플랜'이었는데 — 어제의 맹방이 오늘의 주적이 되는 이합집산입니다. 그 와중에도 사우디(KSA)는 자본력과 지리적 이점으로 지역 맹주 자리를 어떻게든 고수할 거예요.
① 시간축 — 7~8월, 재고·계절성 동시 소진 구간이 비대칭 베팅 창구. ② 트리거 — 쿠싱 재고 제로 + WTI 6월 만기 숏스퀴즈. ③ 진짜 채널 — 유가가 아니라 10Y 금리 → 증시. ④ 카운터파티 — 사우디가 아닌 중국이 스윙 프로듀서(200만 b/d 플렉스). ⑤ 선별 기준 — 하방에서 살아 돌아오는 자산(에너지·금속·금)만 Rotation 수혜. 부실 테크는 0 수렴.
대담을 마치며 — 마리오: "이제 경제를 이해하려면 정치를 먼저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네요." 커리: "그래서 제가 숫자 이야기만 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