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코딩의 부상에서 '덤 파이프'의 경고,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로스앤젤레스'로 — 모델 환상을 걷어내고 마주하는 AI 산업의 경제학.
2024년 말, 실리콘밸리는 변곡점을 지났다. 한때 '흥미로운 도구'에 불과했던 AI가 코딩 영역에서 부인할 수 없는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증명한 것이다. 전 a16z 파트너 베네딕트 에반스는 이를 "컴퓨터로 더 많은 컴퓨팅을 만드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모델 중심의 환상에서 벗어나 산업이 직면할 가혹한 경제적 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에반스가 짚는 결정타는 "모델엔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는 것. 3~6개 업체가 비슷한 성능을 경쟁적으로 토해내면 가격결정권이 사라진다. 이건 우리 포트의 picks-and-shovels(광통신·전력·메모리) 논리와 정확히 같은 방향 — 가치는 모델 레이어가 아니라 그 위/아래로 빠져나간다.
모델사에는 악재인 '덤 파이프'화가, 그 파이프를 까는 반도체·광통신·전력 capex 수요엔 호재. 핵심은 capex가 ROI와 무관하게 FOMO로 유지된다는 점 — 즉 공급망 수요의 비탄력적 지속성을 시사한다. 통신사는 죽었지만, 통신 장비를 판 곳은 그동안 잘 벌었다.
엑셀 비유처럼, 도입사의 생산성 이득은 경쟁으로 상쇄돼 흩어진다. AI를 깐다고 마진이 곧바로 좋아진다는 베팅은 위험. 단, 사이클 천장이 어디인지가 변수 — $7,000억은 이미 통신 산업 전체(~$3,000억)를 넘고 석유·가스 산업($7,000억~$1조)에 육박한다.
다음 단계의 가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고객 니즈를 아는 도메인 전문가에게 간다. 순수 기술 베팅보다, 특정 산업의 데이터·워크플로우를 장악한 버티컬 플레이어를 보라.
AI가 단순히 코드를 '한 줄 추천'해주는 게 아니라, 목표를 주면 알아서 파일을 뒤지고 고치고 테스트까지 돌리는 자율 비서급 코딩을 말합니다. '자동완성'에서 '대리 작업'으로 넘어간 단계.
커머디티는 '어디서 사도 다 비슷한 물건'(쌀·휘발유처럼)이라 가격으로만 싸우게 되는 상태. 네트워크 효과는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인스타·유튜브). 모델엔 이게 없어서, 남보다 비싸게 받을 근거가 약하다는 얘기.
데이터가 흘러가는 '멍청한 수도관'이라는 뜻. 물(데이터)은 엄청 흐르는데 정작 돈은 그 물로 요리하는 식당(앱)이 벌고, 수도관 깐 회사(통신사)는 푼돈만 받는 신세. 모델사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
소비자 잉여 = 좋아진 만큼의 이득이 파는 쪽이 아니라 쓰는 쪽(고객)에게 흘러간다는 것. 다 같이 AI를 쓰면 경쟁 때문에 가격을 못 올리고, 이득은 결국 소비자가 챙긴다. 그런데도 안 쓰면 뒤처질까 봐(=FOMO) 돈을 붓는 게 지금의 capex 풍경.
SF(샌프란시스코)형 =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엔지니어의 질문). LA(로스앤젤레스)형 = "그래서 뭘 만들 건가, 고객이 원하는 게 뭔가?"(산업·콘텐츠의 질문). 기술은 깔렸으니, 이제 승부는 '무엇을 짓느냐'로 넘어간다는 비유.
에반스는 1950년대 IBM 광고를 회상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전자계산기 하나가 150명의 엔지니어를 대신한다던 그 시절의 광고는, 지금의 AI 열풍과 묘하게 닮아 있다.
마치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HD 비디오를 스트리밍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