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는 아직 최첨단에서는 한국·미국·대만보다 뒤처져 있지만, 격차가 “상수”가 아니라 빠르게 줄어드는 “기울기”라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EUV·GPU 제재를 맞고도 오히려 자급 생태계를 만들었고, 내수 시장·정부 보조금·데이터 피드백으로 후진 기술을 쓸 만한 기술로 끌어올리는 데 강하다.
한국은 HBM 우위에 안주하면 안 되고, 지금 돈 벌 때 산업 기반을 다시 깔아야 한다. 교수 표현대로면 “경부고속도로를 뜯고 다시 까는” 수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권석준 교수 2~3년 전까지만 해도 그 말이 크게 틀리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최근 1년, 1년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중국은 이 장비가 없으니 여기서 막힐 것”이라는 추정이 대체로 맞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중국이 비어 있던 공백들을 하나씩 자급하기 시작했고, 기술 격차를 좁히는 속도가 사람들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교수의 핵심 톤은 명확합니다. 중국을 응원하자는 게 아니라, 무서운 상대면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중국을 과소평가하거나, 반대로 막연히 과대평가하면서 현실을 흐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감정을 빼고 팩트를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권석준 교수 중국은 이미 미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의 한계를 어느 정도 계산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제일 원하는 건 EUV인데, 그건 풀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내민 카드는 최신 GPU도 아니고 한 세대 전, 다운그레이드된 GPU였습니다.
2년 전이었다면 중국은 이 제안을 꽤 반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는 우리 걸 만들고 쓸 것”이라는 태도가 나왔습니다. 그 사이 중국 안에 “아쉬운 대로 버틸 수 있는 생태계”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교수는 이 상황을 이솝우화의 “나그네와 바람”에 비유합니다. 미국이 너무 강한 바람처럼 중국을 몰아붙였고, 그 결과 중국은 오히려 옷을 더 꽉 여민 겁니다. 차라리 미국 기술에 계속 중독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세게 끊어버리면서 중국이 자급 생태계를 만들도록 밀어준 꼴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권석준 교수 중국이 북한 정도의 시장이었다면 실패했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은 다릅니다. 시장이 너무 큽니다. 미국과 맞먹는 규모의 내수 시장이 있고, 국민소득도 1.5만 달러를 향해가고 있고, 대학 졸업자도 과거 연 100만 명 미만에서 지금은 거의 1천만 명 가까이 나옵니다.
중국의 공식은 이렇습니다. 성능이 떨어져도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공공·민간에 쓰게 만들고, 쓰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쌓입니다. 그러면 “생각보다 이런 작업에서는 가성비가 괜찮네?” 같은 피드백이 나오고, 그 피드백으로 다음 세대가 빨라집니다.
특히 AI 인프라에서는 보조금이 강력하게 붙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중국산 칩을 쓰면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보조하거나, 대형 클러스터를 싸게 쓰게 해줍니다. 그 결과 중국산 AI 칩과 클라우드가 “성능은 떨어져도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다”는 식으로 확산됩니다.
권석준 교수 대표 사례가 LFP 배터리입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한국 배터리 3~4사가 중국 업체들을 글로벌 점유율에서 압도했습니다. 한국은 NCM 기반의 고성능·고에너지밀도 배터리에 강했고, 중국의 LFP는 “싸지만 후진 기술”로 무시받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LFP를 전기차 내수 시장에 대량으로 투입했습니다. 처음엔 성능이 안 좋았고 불도 났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데이터가 생겼습니다. 셀 구조를 바꾸고, 팩 설계를 바꾸고, 안전성을 개선하고, 피드백을 계속 반영했습니다.
결국 LFP는 에너지밀도 격차를 꽤 줄였고,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까지 갖췄습니다. “가위로 잘라도 불이 안 난다”, “못을 박아도 불이 안 난다” 같은 이미지까지 만들며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교수는 EUV에서도 비슷한 기시감을 봅니다. ASML이 과거에 포기한 LDP 방식, 즉 전기 방전으로 플라즈마를 만드는 오래된 접근을 중국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ASML의 현재 EUV 광원인 LPP는 특허 장벽이 높지만, LDP는 상대적으로 우회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명이 너무 짧아 버려진 기술이었는데, 중국은 이걸 6개월까지 쓸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권석준 교수 정확히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쪽 이야기입니다. 하이실리콘의 책임자가 “허의 법칙” 같은 이름까지 붙이며, 칩을 수평으로 더 미세하게 그리는 대신 수직으로 접고 쌓는 방식의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EUV가 없어서 회로를 아주 촘촘하게 그리기 어렵다면, 평면을 접어서 위아래로 붙이겠다는 겁니다. 영화 <인셉션>에서 도시가 접히는 장면처럼, 회로 일부를 아래 웨이퍼에 만들고 일부를 위 웨이퍼에 만든 뒤 아주 정밀하게 붙여 하나의 회로처럼 쓰는 개념입니다.
HBM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HBM은 같은 메모리 다이를 층층이 쌓는 아파트에 가깝고, 로직 폴딩은 서로 다른 회로를 가진 단독주택 두 개를 정밀하게 붙여 하나의 집처럼 쓰는 느낌입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본딩 정밀도입니다. 예전의 웨이퍼 투 웨이퍼 본딩은 상처를 꿰매는 정도라면, 여기서 필요한 본딩은 끊어진 신경을 하나하나 맞춰 연결하는 수준입니다. 위층 전극과 아래층 전극이 미세하게라도 어긋나면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권석준 교수 맞습니다. 교수도 이 부분을 “가장 큰 함정”으로 봅니다. 화웨이는 트랜지스터 밀도만 강조했지만, 실제 반도체에서는 전력, 누설전류, 신호 무결성, 열 관리가 다 같이 중요합니다.
로직 폴딩은 겉으로 보면 TSMC의 매우 선단 공정과 비슷한 트랜지스터 밀도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2층 구조에서 생기는 열, 전력 효율, 배선 문제, 수율 문제가 따라붙습니다.
교수의 비유가 강합니다. 높은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통로만 용암처럼 뜨거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칩은 얇고 넓기 때문에 열은 보통 수직 방향으로 빼는 게 유리한데, 바로 그 수직 통로가 뜨거워지면 열을 옆으로 빼야 합니다. 그러면 거리가 길어지고 열전도가 불리해집니다.
열을 제대로 못 빼면 성능이 강제로 다운되고, 무리하게 오버클럭하면 칩 수명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전 주기 소유비용 관점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걸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YMTC처럼 낸드플래시를 높게 쌓아본 업체가 있고, 엑스태킹 같은 기술에서 나온 방열 소재, 전극 배치, 팬아웃 패키징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 노하우 일부가 로직 폴딩이나 HBM에 전이될 수 있습니다.
권석준 교수 격차가 있다는 건 맞습니다. 중요한 건 격차가 상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2026년 상반기 기준 HBM에서 3세대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 차이가 계속 3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교수는 기울기를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이 기울기 1로 가는데 중국이 기울기 2로 따라오면 언젠가 만납니다. 그리고 만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추월할 수도 있습니다.
CXMT는 특히 신경 써야 할 이름입니다. 작년까지 글로벌 메모리 점유율이 4~5% 수준이었는데, 2026년 1분기에는 8%까지 올라온 것으로 언급됩니다. 원래 올해 말쯤 8~9%를 예상했는데 1분기에 이미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CXMT가 IPO로 자금을 확보하면 증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습니다. 당장 최첨단 HBM4 같은 시장에서 하이닉스와 정면승부를 하지는 않겠지만, DDR4, HBM2, HBM3 같은 한 단계 아래 시장부터 물량 공세를 시작할 가능성이 큽니다.
SMIC도 비슷한 그림입니다. 기술 격차는 분명히 있지만, 매출 기준으로 삼성 파운드리를 일부 구간에서 앞질렀다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레거시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이 점유율을 먹고 있다는 뜻입니다.
권석준 교수 시간은 있습니다. 다만 가만히 있어도 되는 시간은 아닙니다. 교수는 지하에서 물이 차오르는 비유를 씁니다. 우리가 2층에 살고 있고, 물이 2층까지 차오르기까지 5년 정도 남았다고 해도 그냥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3층으로 올라가든,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든, 물을 빼든 해야 합니다.
HBM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하이닉스 수준까지 바로 오지는 못하겠지만, “5년은 너무 길고 3년 정도”면 현재 하이닉스가 양산하는 수준 근처까지 따라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한국은 그 사이 더 멀리 도망가야 합니다.
그런데 HBM 일변도 전략도 위험합니다. HBM도 많이 쌓을수록 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HBM 다음 세대, 하이브리드 메모리, 메모리와 로직의 결합, 후공정 혁신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메모리는 더 이상 그냥 메모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교수의 마지막 메시지는 꽤 세게 박힙니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한류, 방산 등으로 돈이 들어올 때입니다.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정말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현재 산업을 연명하는 데 쓸 게 아니라, 후세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을 다시 깔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