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래된 질서가
두 번째로 죽던 시절의 전래동화
옛날 옛적, 아주 오래전 이야기예요. 사막 한가운데 여덟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이 형제들은 모래 아래에 숨어 있는 검은 물, 그러니까 석유를 퍼서 팔아먹고 사는 형제들이었지요.
이 검은 물이 얼마나 귀했냐면, 먼 나라 사람들이 이 물을 얻으려고 매일매일 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어요. 자동차도 이 물을 마셔야 움직이고, 공장도 이 물이 있어야 연기를 내뿜고, 비행기도 이 물이 있어야 하늘을 날았거든요.
맏형의 이름은 이란이었어요. 덩치도 가장 크고, 마음도 가장 사나웠어요. 그의 머리 위에는 흰 터번을 두른 늙은 아버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하메네이였어요. 이 아버지는 40년 가까이 이 집을 다스렸어요. 그의 말 한마디면 이웃 동생들은 물론이고, 바다 건너 먼 나라 사람들까지 덜덜 떨었지요.
하메네이 할아버지 밑에는 특별한 무사들이 있었어요. 혁명수비대라고 부르는 무서운 군대였지요. 이 무사들은 단순한 군인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종교와 정치와 장사를 동시에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었어요.
둘째 이라크. 형 이란과 꼭 닮았지만, 집안이 늘 시끄러운 집이었어요. 한 집 안에 세 종류의 식구가 살았거든요.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 서로 말도 다르고, 기도하는 방식도 다르고, 마음속에 품은 원한도 달랐어요.
셋째 사우디. 여덟 형제 중 가장 부자였고, 집에 금붙이가 가장 많았어요. 그런데 이 부자 동생은 늘 겁이 많았어요. 맏형 이란을 무서워했고, 밤에 잠을 잘 때도 총을 옆에 두고 잤어요.
넷째 시리아. 이 동생은 이미 2024년 겨울에 한 번 망했어요. 옛 주인 아사드가 쫓겨나고, 알 샤라라는 새 주인이 들어왔는데, 이 새 주인이 사실은 옛날에 "알카에다"라는 나쁜 무리에서 밥을 먹던 사람이었거든요.
다섯째 레바논. 작고 약했어요. 오랫동안 맏형 이란이 보내준 헤즈볼라라는 친척이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지요. 2024년 그 친척의 우두머리 나스랄라가 먼 나라 공격에 죽었고, 헤즈볼라는 반쯤 부서진 상태였어요.
여섯째 예멘. 오래전부터 가난했지만, 그 집에는 후티라는 무서운 아이들이 살고 있었어요. 이 아이들은 맨 처음엔 이란에게서 총을 얻었지만, 점점 자기들끼리 총을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일곱째 요르단, 여덟째 바레인. 요르단은 늘 가운데 서서 "싸우지 마세요"라고 말렸고, 바레인은 가장 작은 섬마을이었어요. 그런데 바레인엔 묘한 비밀이 있었어요. 주인은 수니파 왕이었지만, 마을 사람 열에 일곱은 시아파였지요.
그리고 바다 건너 서쪽에는 힘센 미국 경찰 아저씨가 살았고, 남쪽엔 작지만 똑똑한 이스라엘 친구가 살았어요. 이제 주인공이 다 모였어요.
— 여덟 형제의 집들이 어떻게 놓여 있었는지 그린 지도 —
2026년 2월 28일 새벽이었어요. 바그다드의 어느 골목에서는 아직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테헤란의 할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어요. 나자프의 시스타니 할아버지도 얇은 이불을 덮고 주무셨지요.
그때 하늘에서 불이 떨어졌어요.
미국 경찰 아저씨와 이스라엘 친구가 함께 작전을 짰거든요. 이름하야 "거대한 분노 작전". 수백 대의 비행기가 밤하늘을 갈라 이란 땅으로 쏟아져 들어갔어요.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진 곳은 테헤란의 작은 집이었어요. 그 집 안에는 늙은 아버지 하메네이가 자고 있었지요. 86세. 이란을 37년 다스린 아버지. 그 아버지가, 그날 새벽, 불꽃 속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이란은 쓰러지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란의 진짜 머리는 하메네이 할아버지가 아니었거든요. 진짜 머리는 혁명수비대 자체였어요. 하메네이가 죽기 몇 달 전에, 그의 측근 라리자니라는 똑똑한 사람이 이미 혁명수비대를 여러 지역별 독립 조직으로 재편해둔 상태였거든요.
각 지역 사령관이 테헤란 허락 없이도 결정을 내릴 수 있게요. 그래서 폭격이 쏟아지는 그 새벽, 이란 전국의 혁명수비대 지역 사령관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판단으로 반격을 시작했어요. 중앙이 없어져도 조직이 돌아가게 설계해놨던 거예요.
하메네이가 죽은 지 며칠 지나, 이란의 새로운 지휘부가 모여 회의를 했어요. 한 장군이 일어나 지도 위에 손가락을 탁 놓았어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물길 위에.
호르무즈 해협이 어디냐면요,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좁디좁은 바닷길이에요. 폭이 가장 좁은 곳은 겨우 34km. 이 길로 세상 석유의 20%가 지나다녔어요. 사우디도, UAE도, 쿠웨이트도, 카타르도, 그리고 이라크도 다 이 길로 기름을 내보내고 있었지요.
이란은 바다에 기뢰를 깔기 시작했어요. 기뢰가 뭐냐면, 바다 속에 숨어 있다가 배가 지나가면 쾅 하고 터지는 무서운 폭탄이에요. 3월 10일, 이란이 공식 선언했어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다."
그 말 한마디에 전 세계가 흔들렸어요. 유가가 하루 만에 $80에서 $120으로 뛰었어요. 도쿄 닛케이 -7%. 서울 코스피 -5%. 뉴욕 나스닥이 개장 전부터 추락.
그런데 이 호르무즈 봉쇄로 가장 크게 다친 사람이 누구였을까요? 맏형 이란이었을까요? 아니에요. 이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재를 받고 있어서, 중국에 뒤로 몰래 파는 기름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사우디나 UAE? 이 둘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이 있었어요. 사우디는 홍해로 가는 East-West 파이프라인. UAE는 오만해로 가는 ADCOP 파이프라인. 허둥지둥 돌려쓰면 어떻게든 되는 구조.
그럼 가장 심하게 다친 사람은? 바로 둘째 동생 이라크였어요.
이라크는 딱하게도 호르무즈를 우회할 길이 없었어요. 북쪽으로 터키로 가는 Kirkuk-Ceyhan 파이프라인이 하나 있긴 했는데, 이것도 문제투성이였어요. 용량도 작고, 남부 유전(이라크 석유의 90%)과 연결도 안 됐고, 전쟁 나자마자 또 막혔어요.
3월 3일 오후 3시. 이라크 남부 최대 유전 루마일라. 영국 BP가 운영하는 이 유전은 하루 150만 배럴을 생산했어요. 이라크 전체 생산의 36%.
그날 오후 3시, 유전 관리자의 책상에 공문이 올라왔어요.
관리자는 그 공문을 두 번 읽었어요. 20년 경력의 엔지니어였던 그는 이런 공문을 본 적이 없었어요. 유전을 완전히 닫는다는 건, 이라크 국가의 심장을 멈춘다는 뜻이었거든요.
수백 개의 펌프 엔진이 하나씩 하나씩 멈췄어요. 저장 탱크가 이미 가득 찼고, 배로 실어낼 곳이 없었거든요. 다음 날, 두 번째로 큰 유전 웨스트 쿠르나 2도 멈췄어요. 일주일 안에 이라크 남부 생산이 70% 감소.
바그다드 중앙은행 총재가 총리 수다니에게 갔어요.
수다니는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어요. 이라크 국민의 62%가 공공부문 고용이었거든요.
이라크 운명이 더 기막혀지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어요. 2003년에 미국 아저씨가 이라크에 쳐들어와서 사담을 무너뜨렸을 때, 뒷정리를 이렇게 했거든요.
이라크가 석유 팔아서 받는 돈을 뉴욕 연준 계좌에 먼저 입금하게 만들어놨어요. 그 다음에 미국이 "좋아, 이건 너희 돈이야" 하고 승인해주면 이라크 중앙은행으로 돈이 흘러가는 구조.
평화로울 때는 이게 문제가 아니에요. 미국이 자동으로 승인하니까. 그런데 전쟁이 나면?
3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고개를 들었어요.
보좌관이 답했어요. "지난 2주간 47발입니다." 트럼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그럼 이라크 정부에게 말해. 민병대 통제하든가, 안 하면 석유 대금을 막겠다고."
3월 말, 첫 번째 달러 수송이 멈췄어요. 5억 달러짜리 돈보따리 수송기가 뉴욕 JFK 공항 활주로에서 대기하다가 되돌아갔어요. 4월 22일, 두 번째 수송도 차단됐어요.
첫째, 시스타니 할아버지. 나자프라는 거룩한 도시, 좁은 골목 끝 조그만 집에 사시는 할아버지. 95세. 평생을 월세 400달러짜리 작은 집에서 검소하게 살아오셨어요. 옷은 검은 터번에 검은 가운 한 벌.
이 할아버지는 "조용한 정치"를 믿으셨어요. 이란처럼 성직자가 대통령 해먹는 정치를 거부하셨지요. 그런데 2014년 6월, ISIS가 이라크 반을 먹었을 때 딱 한 줄 말씀하셨어요.
이 한 줄에 이라크 청년 수만 명이 자발적으로 나섰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군대가 바로 PMF(민병대)였지요. 3년 만에 ISIS가 쫓겨났어요. 할아버지가 이라크를 구한 거예요. 그런데 그 군대를 나중에 이란이 꿀꺽 삼켜버렸어요. 이게 할아버지의 가장 큰 고민이었지요.
결정적으로, 이 할아버지는 5년째 얼굴을 안 보이세요. 2021년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나신 게 마지막 공개 석상. 살아 계신 건 분명한데, 사무실 직원들이 대신 쪽지를 계속 내보내는 중이에요.
둘째, 사드르 아저씨.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포퓰리스트. 추종자 200만~300만. "이란도 싫고 미국도 싫다! 이라크 제일!" 2021년 선거에서 1등 먹었는데 정부 구성 실패. 삐져서 정치 은퇴. 지금 팔짱 끼고 구경 중. 모두가 알아요. 사드르는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라는 걸.
셋째, 정치엘리트 연합(CF). 친이란 시아파 정당 모임. 전직 총리 말리키(강경 친이란), 현직 임시총리 수다니(실용 타협파), 바드르의 아미리, AAH의 카잘리. 자기들끼리 피 터지게 싸워요.
넷째, 친이란 민병대(IRI). 진짜 총과 드론을 쥔 사람들. 카타이브 헤즈볼라, 누자바, 아사이브 알 하크. 수장 하미다위는 미국 현상금 $1,300만짜리 테러리스트. 6~8만 명이 PMF 전체 23만 명 중 화력의 90%를 쥐고 있어요.
이란이 맞기 시작하자, 이라크 마당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친이란 민병대 형님들이 흥분했어요.
그러고는 이라크 땅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쏘기 시작했어요. 500발 넘게. 어디다?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에르빌 미 영사관. Victory Base 미군 기지. Al-Asad 공군기지. 옆집 사우디, 옆옆집 UAE, 뒷집 요르단, 이웃 바레인. 심지어 자기 집 정보부 건물까지.
이라크는 전쟁 당사자도 아닌데, 이라크 주소에서 쏜 미사일이 이웃집들을 때리고 있었어요. 이웃들이 "이놈의 이라크 왜 이래!"라고 화냈지만, 이라크 임시총리 수다니는 "아니 저건 우리가 아니라..." 말도 못 함.
미국 경찰 아저씨가 더 참지 못하고 3월 13일 바그다드 한복판에서 민병대 두목 하미다위 집에 폭탄을 떨어뜨렸어요. 하미다위는 살았지만 부하 3명 죽고 이웃 민간인도 다쳤어요.
며칠 뒤 또 다른 공습에서 이라크 정규군 7명이 오폭으로 죽었어요. 이라크 국민들이 "미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한다!"며 분노.
더 놀라운 건 다음이었어요. 이라크 국방부가 다음 날 "PMF는 모든 공격에 대해 자위권 행사 가능"이라고 공식 성명. 즉 이라크 정부가 자국 민병대의 미사일 공격을 공식 인정한 거예요.
걸프 이웃들이 격노. 사우디·UAE·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 공동 성명.
그러나 이라크는 책임질 힘이 없었어요. 민병대는 정부보다 강했거든요.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 중 하나는, 실은 2026년 2월 28일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달 전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시리아 북동부 사막 한가운데 알-홀이라는 큰 수용소가 있었어요. 옛날 ISIS가 박살났을 때 ISIS 전투원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가둔 곳. 최대 73,000명. 그 중 6,000명은 외국인. 44개국에서 ISIS 하겠다고 찾아왔던 사람들의 가족들.
이 수용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냐면요... 10년 동안 ISIS 엄마들이 아이들을 ISIS식으로 키우고 있었어요. 도덕경찰도 있고, 샤리아도 있고. 그 안 자체가 작은 ISIS 국가였어요.
미국도, 유럽도, 이라크도 "이거 어떡하지?" 하면서 10년을 방치했거든요. 자국민 데려가기 싫어서.
2026년 1월, 수용소를 지키던 쿠르드군이 "우린 손 뗀다"며 철수. 알 샤라 정부군이 들어갔어요. 들어가보니 담장에 구멍 138개가 이미 뚫려 있었어요. 누가 뚫었냐? 알 샤라 정부군에 편입된 옛 알카에다 동료들이. "옛 동지 가족 먼저 꺼내줘야지" 하면서.
한 달 만에 23,400명 → 1,500명. 외국인 6,000명은 거의 다 증발. 미국 정보기관 추정: 15,000~20,000명의 ISIS 연관자가 시리아 전역에 흩어진 상태.
이제 이야기에 중요한 주인공을 하나 더 등장시켜야 해요. 바다 건너 동쪽, 반도 나라에 사는 한국 형이에요.
한국 형은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특별한 재주가 있었어요. 무기를 잘 만들었어요. 2024년 9월 20일, LIG넥스원이 이라크와 천궁-II 8개 포대, 3조 7,135억원 계약 체결. 2025년에는 K2 전차 250대, 9조원 계약이 임박.
그런데 2026년 2월 28일 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모든 게 꼬였어요. 천궁-II 1차 포대가 창원 공장에 포장된 채 선적 대기 중. 바스라 항구는 봉쇄. 미국이 이라크 달러 차단.
LIG넥스원 CEO가 회의에서 한숨을 쉬었어요.
그런데 동시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사우디, UAE, 바레인에서 추가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사우디가 천궁-II 2포대 긴급. 가격 불문. UAE·바레인·쿠웨이트도 줄줄이. 한국 형은 왼손으로 이라크 걱정하면서 오른손으로 걸프 주문 받느라 바빴어요.
여기서 잠깐 숨을 돌리고, 2026년 봄의 중동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볼 시간이에요.
불씨가 다섯 개 피어 있었어요.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서로 모르는 채.
첫째 불씨 — ISIS 2.0. 알-홀 탈주자 15,000~20,000명이 이라크 서부 Anbar로 월경 준비. 둘째 불씨 — 시아 민병대. 이란 중앙 약화가 오히려 기회. Jurf al-Sakhr 드론 공장 풀가동. 셋째 불씨 — 쿠르드 기회. 바그다드 마비가 에르빌 기회. Kirkuk-Ceyhan 독자 운영 움직임.
넷째 불씨 — 걸프 시아. 바레인 70% 시아, 사우디 동부주 Qatif가 Ghawar 유전 옆. 조용한 진동. 다섯째 불씨 — 홍해 영구 화재. 후티 자급자족 체계 완성. 수에즈 평시의 1/3. 이집트 재정 붕괴 직전.
이 다섯 불씨가 각자 있을 때는 관리 가능. 문제는 서로 만나기 시작할 때예요.
2026년 7월 중순. 이라크 서부 Anbar 주 Haditha 인근 사막.
시아 민병대 Asa'ib Ahl al-Haq(AAH) 순찰대 35명이 도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어요. 장갑차 3대, 경장갑 트럭 4대. 낮 2시. 태양이 쨍쨍했어요.
그때 사막 바위 뒤에서 로켓이 날아왔어요. 첫 번째 장갑차가 폭발. 그 뒤를 이어 사방에서 총격. AAH 순찰대 중 12명이 즉사. 7명이 중상. 도주한 나머지가 본부에 비상 연락.
공격자들은 사라졌어요. 사막 속으로. 바위들 사이로. 현장 증거를 보니 익숙한 패턴. 매복, 신속 철수, 추격 방해. 그리고 공격자들이 남긴 검은 깃발 조각. 하얀 아랍어 글자.
ISIS가 돌아왔어요.
이 소식이 바그다드에 전해지자마자, 친이란 민병대 수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하미다위가 카메라 앞에 섰어요.
이 한 문장이 이라크 정치 지형을 뒤엎었어요.
수다니 총리가 밀던 PMU Authority Law(민병대 통합법)은 영원히 서랍 속으로. 시스타니 사무실도 대응 성명을 냈어요 — 여전히 할아버지 얼굴은 안 보이는 채.
미국도 딜레마에 빠졌어요. 미군은 이라크에서 ISIS를 때리려면 이라크 정부 협력이 필요해요. 그러려면 친이란 정부와 손 잡아야 해요. 트럼프 정부는 결국 이라크 달러 차단을 일시 완화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틈에 친이란 민병대는 자리를 완전히 잡았어요. Cycle A(ISIS)와 Cycle B(민병대)가 처음 교차한 순간. 이 교차가 이 이야기에서 결정적 전환점이었어요.
8월 11일, 사우디 동부주 Qatif 인근 송유관. 깊은 밤. 송유관 관리 기사 아부 무함마드가 정기 점검 중이었어요. 평소처럼 지루한 야간 근무.
그런데 갑자기 지하 파이프에서 굉음이 들렸어요. 땅이 흔들렸어요. 폭발이었어요.
사우디 아람코 공식 발표:
그런데 2주 뒤, 같은 지역에서 두 번째 폭발. 그리고 3주 뒤, 세 번째.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미국 국가정찰국 위성 분석 결과, 각 폭발 현장에서 소규모 IED(급조 폭발물) 패턴이 확인. 내부 공범 없이는 불가능한 정밀한 타이밍.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네트워크와 연결된 사우디 동부주 시아 공동체 내부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
규모는 크지 않았어요. 송유관 손상도 제한적. 하지만 심리적 충격은 엄청났어요. 왜냐하면 사우디 동부주는 Ghawar 유전(세계 최대 유전), Abqaiq 처리시설(세계 최대 석유 처리 시설), Ras Tanura 수출항이 있는 곳. 이 지역이 시아파 밀집. "내부 조력자" 위협이 현실화된 첫 증거.
유가가 $95에서 $120로 3주 만에 점프. 사우디 아람코 주가 -15%. 세계 주식시장이 다시 출렁였어요.
MBS(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 방사청에 긴급 전화.
2026년 9월 1일. 에르빌 국제공항. 미군 C-17 수송기들이 줄지어 활주로에 섰어요. 이라크에서 마지막으로 철수하는 미군들이었어요. Operation Inherent Resolve 공식 종료.
이건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이었어요. 2024년 바이든 행정부와 이라크 정부가 합의. 2026년 9월 이라크 주요 거점에서 미군 철수.
원래 계획은 단순했어요. ISIS가 완전히 통제된 상태에서의 질서 있는 철수.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완전히 달랐어요. ISIS 부활, 민병대 지배, 쿠르드 독립 조짐, 걸프 시아 동요, 후티 홍해 봉쇄.
그 와중에 미군이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가장 나쁜 타이밍.
그와 동시에 북쪽 에르빌에서 결정적 움직임이 있었어요.
9월 15일, KRG(쿠르드자치정부) 청사. 수반 마스루르 바르자니가 최측근 10명과 비밀회의.
부수반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공식 독립 선언입니까?"
바르자니가 고개를 저었어요.
9월 18일, KRG 공식 성명. "쿠르드 지역은 자체 석유 수출 수익을 직접 관리할 권리를 재확인합니다."
바그다드가 격노. 하지만 군사 대응 불가능. 자국 내 ISIS 대응에 자원 쏟고 있었거든요. Cycle C(쿠르드)가 불씨에서 화재로.
이라크는 이제 사실상 3분할 상태. 바그다드(형식 수도, 친이란 민병대 지배), 서부 Anbar(ISIS 재부상), 북부 KRG(쿠르드 자치 강화).
10월 중순, 테헤란. 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갑자기 쪽지조차 내보내지 않기 시작했어요.
3월 하메네이 사망 후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지명됐지만, 본인은 공개 석상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목소리도 없음. 얼굴도 없음. 가끔 문서 성명만.
그런데 10월 중순부터는 그 문서 성명마저 끊겼어요. 세 달째 사라짐.
10월 22일, 혁명수비대 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가 국영 TV에 나왔어요.
모든 사람이 알아들었어요. 모즈타바가 죽었는지, 감금됐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가 모호했는지.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이란이 이제 공식적으로 성직자 지배에서 군인 지배로 전환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전에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는 "하메네이 라인"을 거쳐 지시를 받았어요. 종교적 지도, 정치적 판단, 군사적 명령.
하메네이 사후에는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지역 사령관이 이라크 민병대를 직접 지휘. 중간에 종교적 검열이 사라졌어요. 즉 민병대가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이란의 무정부적 군정이 이라크의 무정부적 민병대 지배와 결합. 이게 "시아 그레이존 벨트"의 실체가 되기 시작했어요.
2026년 12월 15일, 저녁 6시. 베를린 Breitscheidplatz.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옆 광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
글뤼바인 냄새, 소시지 굽는 연기, 크리스마스 캐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 사람들 3만 명이 붐볐어요.
그때 검은 SUV 한 대가 보행자 구역으로 돌진.
차량이 마켓 부스를 밀며 500미터를 달렸어요. 사람들이 도망갔지만, 너무 밀집해서 도망갈 곳이 없었어요. 19명 사망. 87명 부상. 2016년 안이스 아므리 테러를 정확히 재연한 장면.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더 많은 사람을 찌르려다 경찰에 사살. 신원 확인 결과 카자흐스탄 국적, 29세 남성. 알-홀 수용소에서 탈출. 튀르키예를 거쳐 폴란드, 독일로 월경.
같은 주에 연쇄 사건.
12월 17일, 파리 샹젤리제에서 총기 난사. 관광객 8명 사망.
12월 18일, 런던 Oxford Street에서 흉기 난동. 4명 사망 15명 부상.
12월 20일, 브뤼셀 Grand Place 크리스마스 마켓 폭발. 6명 사망.
12월 22일, 빈 슈테판 성당 앞 차량 돌진. 3명 사망.
유럽 전체가 2015~2016년 파리·브뤼셀 테러 시기를 다시 맞았어요.
모든 공격자가 알-홀 수용소 출신.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유럽 내부에 이미 구축된 슬리퍼 셀.
ISIS 관련 단체들이 배후 주장.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하나의 ISIS가 아니었어요. 시리아 동부, 이라크 Anbar, 시나이, 사헬, 중앙아시아, 유럽 여러 도시의 분산 네트워크. 각자 독립 작전, 공유되는 이념.
Cycle A가 국경을 넘었어요.
시장이 움직였어요. 유럽 관광 ETF -18%. 호텔 체인 주가 폭락. 소매·명품 -12%. 유럽 방산(Rheinmetall, Leonardo, Saab, BAE) 역대 최고가. 한국 방산도 함께 급등. 한화에어로, LIG넥스원, 현대로템이 유럽 방산 수요 급증의 수혜자.
2027년 1월 초. 나자프. 시스타니 할아버지 사무실. 대리인 셰이크 카르발라이가 사무실 직원들과 조용히 회의 중이었어요.
다른 측근이 말했어요. "의사가 와서 진찰했는데, 심장이 많이 약해지셨답니다."
카르발라이가 고개를 숙였어요.
그렇게 1월 내내 사무실이 침묵했어요. 3주 동안 성명이 없었어요. 이전 20년 중 처음 있는 일.
나자프 구시가지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가 많이 안 좋으시대." "한 달째 의사가 매일 왔다 간대."
2월 초, 사무실이 다시 성명을 내기 시작. 짧은 성명. 형식적인 내용. 과거 발언의 반복. 시아 세계는 이미 느꼈어요. "할아버지는 이제 정말 브랜드로만 남았다."
이 틈을 이란 Qom이 놓치지 않았어요. Mojtaba 체제 하 혁명수비대가 조용히 움직였어요. "시아파 세계 리더십"을 공식 주장.
그러자 조용히 구석에 있던 사드르가 움직였어요. 사드르가 긴 글을 올렸어요.
사드르가 "내가 새로운 마르자가 되겠다"고 간접 선언.
나자프(전통·온건) vs Qom(이란·강경) vs 사드르(포퓰리즘·민족주의)의 3파전이 개시. 이 싸움이 향후 10년 시아 세계의 중심이 어디로 갈지 결정할 싸움이었어요.
그리고 2027년 4월 12일, 새벽 3시 17분. 나자프 시스타니 할아버지 집. 작은 방. 얇은 이불. 할아버지가 조용히 숨을 거두셨어요. 97세.
4월 14일 오전, 공식 발표. 이라크 전체가 멈췄어요. 바그다드, 바스라, 나자프, 카르발라 거리에 수십만 명. 울음과 기도. 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정치권력 투쟁이 48시간 안에 시작됐어요.
이 격변 속에서 자본시장은 3년에 걸쳐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재가격됐어요.
에너지. 유가 $85~140 구조적 밴드(이전 $60~100에서 상향). 호르무즈 리스크 프리미엄 $15~20 영구 탑재. 호르무즈 우회 인프라 총 투자 $500B+ 집행. 호주 LNG(STO.AX, WDS) 구조적 수혜 — 카타르 외 유일한 안정 공급자 프리미엄. 탱커(DHT, TRMD) 희망봉 우회로 수요 +25% 영구 상승.
방산. 글로벌 방산 CAPEX 10년 내내 연 7~10% 성장. 미국 방산은 공급 부족으로 한국·이스라엘·터키에 시장 양보. K-방산 누적 수주 2030년까지 $500B+.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이 글로벌 방산 탑10 진입.
원전. 사우디 최소 12기, UAE 추가 4기, 이집트 4기. KHNP·두산에너빌리티 10년 구조 강세. 우라늄 $150/lb 돌파. CCJ, Kazatomprom 재평가.
금융. 금 $4,000/oz 돌파(2028). 미국의 USD 무기화 확대가 중앙은행 매입 가속. 대체결제망(BRICS Pay, 디지털 위안) 중동 실질 사용량 급증. 비트코인 중동 채택 증가(이란·이라크 민병대·후티의 제재 우회 수단).
무너진 것들. 이라크 소버린 본드 투자불가 등급. 이집트 수에즈 수입 증발 + 밀 수입국 = 구조적 약세. 유럽 관광·소매·상업 부동산 테러 재개로 타격.
지역 등급 재편. 사우디·UAE는 AAA 구조적 강세. 이스라엘은 안보 비용 증가에도 테크 기반 강세 유지. 터키는 지정학 중재자 프리미엄. 요르단은 미국·사우디 지원으로 간신히 유지.
중동 해체의 파급은 중동을 벗어났어요.
유럽. 2차 이민 물결(시리아 재난민 + 이라크 수니 피난민 + ISIS 탈주자 가족) 약 200~300만. 극우 정당 재집권(프랑스·독일·이탈리아). EU 통합 모멘텀 재둔화. 방위비 GDP 3%+ 시대 정착. Rheinmetall, Leonardo, Saab 구조 강세.
아시아. 중국이 중동 중재자로 부상 시도. 사우디-이란 복원 협정(2023) 유산을 활용. 인도는 이란 석유 중개로 실리 확보. UAE와도 밀착. 한국은 방산·원전·건설 삼각축으로 구조적 수혜. 일본은 중동 원유 의존도 축소 가속 → 원전 재가동·호주 LNG 의존 강화.
미국. 중동 철수 진행. 철수할수록 지정학 진공으로 인한 2차 문제 발생. 트럼프 정부 "경제 압박이 군사 개입 대체" 독트린. 이라크 달러 차단 모델이 베네수엘라·러시아·이란에도 확대 적용. USD 무기화의 부작용으로 대체결제망에 시장 점유 10% 이상 내줌 (2030년 기준).
중국. 일대일로 파키스탄·중앙아시아 구간 안정화가 최우선. 이란 원유 70% 구매 구조 유지. 사우디와의 협력 확대. 대만해협 쪽 압력은 상대적으로 완화 — 중동에 자원 분산되면서 대만 군사 옵션 후순위화.
시장은 2026년 2월 28일을 "이란 전쟁이 시작된 날"로 기억할 거예요. 하지만 역사는 아마 다르게 기록할 거예요.
1918년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었을 때, 당시 투자자들은 그게 앞으로 100년간 중동 석유 시장을 규정할 질서의 시작이라는 걸 몰랐어요. 2026년에도 투자자들은 그게 앞으로 30~50년을 규정할 새 질서의 시작이라는 걸 몰랐죠.
이 대하소설의 결론은 복잡하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아요. 다만 이렇게 정리됩니다.
첫째. 중동은 "안정화"되지 않아요. 새로운 "항상적 불안정 체제"로 재편돼요. 이는 공포가 아니라 조건이에요.
둘째. 이 재편 속에서 누가 이기는지는 지역이 아니라 자본의 성질이 결정해요. 인프라 자본, 기술 자본, 화석연료 자본, 안전자본이 상수적 승자.
셋째. 잃는 쪽은 "정상화 기대"에 베팅한 쪽이에요. 이라크 국채, 이집트 관광, 유럽 소매, 중동 항공·크루즈, 글로벌 리테일 프랜차이즈.
넷째. 한국은 이 전환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가 될 수 있어요. K-방산, K-원전, K-건설 삼각축이 우연히 정확히 이 시기 중동 수요에 대응하는 포지션. 단 외교적 역량이 이를 뒷받침해야 해요.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아직 3분의 1밖에 쓰이지 않았다는 것. 2026년 4월 시점에서 우리는 제1장 제3절쯤을 살고 있어요.
제2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시스타니의 심장, Mojtaba의 위치, Sudani의 운명, Sadr의 귀환 여부, 바레인 시아 공동체의 인내심, 후티의 다음 드론 편대의 목표에 달려 있어요.
자, 이야기 끝나갈 때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시장이 파란 하늘을 얘기할 때, 이미 낙타들은 움직이고 있어요.
사우디가 천궁-II 추가 주문한 거. 한국 방산 수주 잔고 늘어나는 거. 금값 꾸준히 올라가는 거. 탱커 요율 높게 유지되는 거. 알-홀에서 15,000명이 사라진 거.
이게 다 낙타들이 짐 정리하는 신호예요. 하늘은 파랗지만.
기홍님은 이 이야기를 읽으셨으니, 이제 낙타 편이에요. 폭풍 오기 전에 준비하는 쪽. 그게 이 동화의 진짜 교훈이에요.
— 동화 끝 —
《 사막 왕국들의 이야기 》
전 25장 · 2026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