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GC가 해협을 쥐고 있다 — 외교는 죽었고, 선택지는 두 개뿐
HFI 필자가 스스로 "지정학 리스크는 당나귀 앞 당근"이라며 비물질적이라고 썼던 2024·2025년 입장을 공개 번복했다. 그 이유는 하나: 4월 중순 물리적 U턴이 실제로 구현됐고, 보험 문제가 아니라 IRGC의 실력 행사로 봉쇄가 가능하다는 게 현장에서 확인됐기 때문. 시장 컨센서스는 여전히 '협상→정상화' 경로를 기본 가정으로 삼고 있지만, 필자는 이 가정이 도착 전 이미 사망(dead on arrival)이라고 단언한다. 매일 낭비되는 하루가 재고를 갉아먹고 있으며, 수요 파괴는 서방 재고가 탱크 바닥에 닿는 순간 불가피하게 온다.
무엇이 바뀌었나: 필자는 기존에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실현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3월 1일 이란이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GCC 전체를 대상으로 보복을 감행했고, 카메네이 최고지도자 암살 이후 모자이크 방어 전략이 가동되면서 분석 전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4월 중순의 물리적 U턴 구현은 "보험 문제로 선박이 통과 못 한다"는 설명을 완전히 무력화했다 — 보험이 아니라 IRGC의 실력 행사였다.
지정학의 이분법: 필자가 내리는 결론은 단 두 가지다. ① 정권(IRGC)을 무너뜨린다 — 해협이 열린다. ② IRGC가 해협을 계속 통제한다 — 봉쇄 지속, 유가 극단 시나리오. 이 사이 어디쯤 위치하는 '협상을 통한 단계적 완화' 경로는 IRGC 입장에서 시간 끌기 수단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밟고 있는 반쪽짜리(half-ass) 외교 접근은 IRGC가 원하는 것, 즉 시간 낭비를 정확히 제공하고 있다.
SPR의 착각: 각국 정부는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며 이번 사태를 단기 이벤트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 분석상 이는 구조적 장기 공급 차단이다. SPR은 유한하고, 서방의 지상 재고가 바닥에 닿는 순간 수요 파괴가 불가피하게 현실화된다. 우회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수년이 소요되며, 지리적으로 호르무즈를 완전히 대체할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 오일 애널리스트들은 아직 '정상화 경로(path to normal)'를 기본 시나리오로 깔고 있다. HFI는 이것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극단적 상방 리스크라고 본다. 매일 소모되는 재고, 줄지 않는 봉쇄, 실효 없는 외교 —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쉽게 풀어보기 — 호르무즈·IRGC·SPR
- 호르무즈 해협 (Strait of Hormuz)
- 이란과 오만 사이 폭 약 33km의 좁은 바다.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의 약 20%, 하루 1,700만 b/d 이상이 통과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병목 지점.
- IRGC (이란혁명수비대)
- 이란 정규군과 별도로 존재하는 이란 혁명 정예군. 해협 봉쇄, 미사일·드론 공격 등 비대칭 작전 능력을 보유하며 실질적 군사 실권을 쥐고 있음.
- 모자이크 방어 (Mosaic Defense)
- 단일 지휘 체계가 아닌, 다수의 소규모 자율 유닛이 분산 협력하는 방어 전략. 핵심 지도부가 제거돼도 작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구조.
- SPR (전략비축유, Strategic Petroleum Reserve)
- 미국 등 주요국이 공급 위기 시 사용하기 위해 지하 동굴 등에 비축해 둔 원유. 유한하며, 장기 공급 차단에는 근본 해법이 되지 못함.
- 수요 파괴 (Demand Destruction)
- 유가가 너무 높아지거나 공급이 끊겨 소비자·기업이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게 되는 현상.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