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겼다 — 그리고 그게 문제다"
입자물리학이 침체된 건 실패 때문이 아니라 성공 때문이다. 1970~80년대에 쓰인 표준모형은 지금껏 만들어진 — 그리고 현실적 예산으로 앞으로 만들 수 있는 — 모든 가속기 데이터를 완벽히 설명한다. 새로운 물리를 보려면 그 너머로 나가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의지와 예산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슨 얘기였나: Adam Brown은 입자물리학이 왜 수십 년째 새로운 돌파구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우리가 너무 잘해버렸기 때문(victim of our own success)"이라고. 1970년대에 이미 이 분야의 이론적 토대가 완성됐고, 그 이후로 지어진 모든 입자가속기는 새로운 게 아닌 이미 예측된 것들을 확인하는 장치가 됐다.
표준모형이 너무 좋았다: 표준모형은 가속기에서 튀어나오는 모든 입자 현상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모서리 주변에 몇 가지 미결 질문은 있었지만", 1970~80년대에 쓰인 이 모형이 분야 전체를 사실상 "깔끔하게 정리(cleaned up)"해버렸다는 것이 Brown의 표현이다.
딜레마 — 더 크게, 그런데 돈이 없다: 표준모형 너머의 새로운 물리를 보려면 현재보다 더 크고 강력한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다.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원한다. 하지만 현재의 예산 제약(current budgetary constraints) 안에서 그런 시설이 지어질 가능성은 낮다.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분야 전체를 묶어놓고 있다.
"If you get too good, then it's hard to know where to push from there."
왜 이게 흥미로운 교훈인가: 과학 진보의 발목을 잡는 것이 항상 "무지(ignorance)"는 아니다. 때로는 너무 완전한 이론이 다음 질문 자체를 지워버린다. 표준모형은 답이자, 동시에 막다른 길이 됐다. 새로운 질문을 찾으려면 이론이 가리키지 않는 영역 — 즉 훨씬 높은 에너지 스케일 — 으로 물리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게 돈 문제에 막혀 있다는 것이 Brown의 진단이다.
쉽게 풀어보기 — 표준모형과 입자가속기
- 표준모형(Standard Model)
- 자연을 이루는 기본 입자와 힘을 설명하는 이론 체계. 1970~80년대에 완성됐으며, 현재까지 실험과 어긋난 예측이 거의 없을 만큼 정확하다.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다음 이론"을 만들기 위한 실험적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 입자가속기(Particle Accelerator)
- 입자를 엄청난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키는 장치. 충돌 에너지가 높을수록 더 작고 무거운 입자 — 즉 더 근본적인 물리 — 를 관측할 수 있다. 현재 가장 큰 건 유럽 CERN의 LHC인데, 이것도 표준모형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새로운 물리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 예산 제약
- LHC 같은 시설을 짓는 데도 수조 원이 든다. 표준모형 너머를 보려면 이보다 훨씬 큰 시설이 필요한데, 각국 정부가 그 비용을 승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